[복지 예산과 세금 시리즈 ⑧] 복지 사각지대는 왜 생길까?

한국은 OECD 국가 중 빠른 속도로 복지 지출을 확대해온 나라입니다. 매년 국가 예산의 상당 비중이 복지에 사용되고 있고, 기초생활보장, 기초연금, 아동수당, 장애인복지, 주거급여 등 다양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라는 말은 언론과 시민 사회에서 빈번히 등장합니다.

 

복지 예산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할까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그 구조적 원인을 파헤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방향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복지 사각지대란?

복지 사각지대란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제도나 서비스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소득이 낮고 주거가 불안정한데도, 해당 제도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주거급여나 생계급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복지 사각지대는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나뉘어 나타납니다:

  • 형식적 사각지대: 법률이나 제도 자체가 특정 집단을 아예 포괄하지 못하는 경우
  • 제도적 사각지대: 지원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경직되어 실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배제되는 경우
  • 인지적 사각지대: 제도를 몰라서 신청하지 않거나, 신청 과정에서 좌절하는 경우
  • 관계적 사각지대: 제도는 있지만 중개해 줄 네트워크가 없어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

🔍 왜 복지 사각지대가 생길까?

1. 선별주의 중심의 제도 설계

한국 복지제도는 보편주의보다는 선별주의에 기반을 둡니다. 즉, '도움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한정된 재원을 집중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득 기준, 재산 기준, 부양의무자 기준 등 여러 조건이 적용되어 경계선상에 있는 사람들이 배제됩니다.

예: 중위소득 1% 초과로 기초생활수급에서 탈락한 독거노인, 부양의무자가 있으나 실질적 지원은 받지 못하는 청년 1인 가구 등

2. 복잡한 신청 절차와 낮은 접근성

복지 신청은 인터넷이나 읍·면·동 주민센터를 통해 가능하지만, 고령자, 장애인, 외국인 등은 접근이 어렵습니다. 특히 디지털 소외계층의 경우, 온라인 중심의 행정 절차에 소외되기 쉽습니다.

3. 제도의 파편화와 칸막이 행정

복지제도는 부처별로 각각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통합성이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교육부는 교육급여,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국토부는 주거급여를 운영하며, 신청도 각각 별개로 해야 합니다. 이로 인해 중복 지원은 차단되지만, 통합적인 복지 제공은 어려워집니다.

4. 낙인과 편견에 대한 두려움

‘복지=시혜’라는 시각이 여전한 사회 분위기에서, 지원을 받는 것을 수치스럽게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청년층은 “복지를 신청하면 무기력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신청을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5. 지방정부 간 복지 수준 차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력에 따라 추가 지원 여부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서울이나 경기도는 조례로 추가 급여를 지급할 수 있지만, 지방 소도시는 그런 여력이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형편이어도 지역에 따라 받는 복지가 달라집니다.

📊 실제 사례로 보는 복지 사각지대

▪ 2023년 서울시 복지 사각지대 집중 발굴 사례

서울시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와 ‘서울살이 상담소’를 운영하며 복지 사각지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왔습니다.
2023년 기준 약 12만 명이 사각지대에서 발굴되어 다양한 복지서비스로 연계되었습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보면 여전히 수십만 명이 각종 급여의 수혜 대상에서 누락된 상태입니다.

🧩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정책 제언

✅ 1. 보편적 복지 확대

기초연금, 아동수당, 국민건강보험처럼 소득에 관계없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복지를 확대하면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일정 기준을 넘더라도 기본적 서비스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 2. 기준의 유연화

단순히 중위소득 몇 % 기준으로 수급자를 구분하기보다는, 다차원적인 빈곤 기준(소득, 주거, 건강, 관계망 등)을 적용해야 합니다. 선별은 하되, 좀 더 넓고 세밀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 3.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 강화

‘찾아가는 복지전담인력’, ‘통합사례관리사’ 등 현장 인력을 통해 복지 서비스 접근을 도와야 합니다. 복지는 찾아가는 것이어야 하며, 특히 노인, 장애인, 외국인에게 꼭 필요한 접근 방식입니다.

✅ 4. 정보 접근성 향상

복지포털 통합화, 챗봇 상담 서비스 도입, 쉬운 언어의 안내서 배포 등은 복지 제도 접근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AI 기반 위기가구 예측 시스템도 전국 확대가 필요합니다.

✅ 5. 복지전달체계의 통합과 협력

부처 간 칸막이를 줄이고, **'한눈에 보는 복지 신청'**이 가능한 통합 플랫폼을 마련해야 합니다. 복지 대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용자 중심 설계가 중요합니다.

✨ 마무리하며: 복지 사각지대는 줄일 수 있다

복지 사각지대는 단순히 행정의 실수가 아니라, 제도 설계와 사회 구조가 만든 복합적 현상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줄이기 위한 실천적 방법들을 이미 알고 있으며, 실행 여부가 중요합니다.

복지 예산이 늘어나도, 그 예산이 제대로 도달하지 않으면 국민은 여전히 불안합니다. “체감 복지”를 실현하려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 참고문헌

  1. 보건복지부 (2023). 「2023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 대책」
  2.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2). 「복지 사각지대 실태와 개선방안」
  3. 서울연구원 (2023). 「서울시 복지전달체계 개선 연구」
  4. OECD (2023). Social Expenditure Update 2023
  5. 김미경 외 (2021). 「사회복지정책론」, 나남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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