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척하는 사람들의 심리: 왜 우리는 '바쁜 사람'처럼 보이려 할까?

현대 사회에서 “요즘 바빠 죽겠어”, “정신이 하나도 없어”라는 말은 마치 인사처럼 자주 들립니다. 정말 모두가 그렇게 바쁠까요? 아니면 바쁜 ‘척’을 하고 있는 걸까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바쁜 사람처럼 보이려는 심리적 태도를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렇게 '바쁜 사람'으로 자신을 포장하려는 걸까요?

오늘은 이 흥미로운 현상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그 이면에 숨은 욕구와 의미를 탐색해 보겠습니다.

1. 바쁨은 곧 유능함이라는 사회적 환상

현대 사회에서는 “바쁘다”는 말이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이미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치 ‘바쁘지 않은 사람은 무능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듯하죠.

이런 맥락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바쁘다는 말을 반복하거나, 실제보다 과장된 일정과 활동을 드러냅니다. 이는 일종의 사회적 자기과시(social self-presentation) 전략입니다.

🗣 “요즘 너무 바빠서 잠도 제대로 못 자…”

듣는 사람에게 “나는 중요한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야”라는 메시지를 암묵적으로 전달하는 셈이죠.

끊임없는 업무 속에서 바쁜 모습을 강조하며 자신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사람의 책상

2. 자기 방어기제로서의 ‘바쁜 척’

심리학자 프로이트가 말한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 개념에 따르면, 인간은 내면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무의식적인 전략을 사용합니다. 이 중 하나가 바로 ‘바쁜 척’입니다.

  • 불편한 인간관계를 회피하고 싶을 때
  • 자신이 처한 현실(무기력, 공허함 등)을 직면하기 어려울 때

‘바쁘다’는 말은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거절할 때도 거부감이 적고, 자기방어도 되기 때문입니다.

✅ 예: “이번 주는 너무 바빠서 못 만날 것 같아”

실제 이유는 만나기 싫거나 피하고 싶은 감정이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완곡하게 표현.

 

SNS에 올라온 많은 알림과 좋아요 표시가 있는 휴대전화 화면

 

3. 바쁨 뒤에 숨은 정체성의 혼란

바쁘지 않으면 ‘나는 무가치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는 자기 정체성을 외부 활동에 의존하는 심리에서 비롯됩니다.

즉, 스스로의 존재감을 내부에서 찾지 못하고, 외부의 역할(직장인, 부모, 사회활동가 등)에서 찾는 것이죠.

이런 경우, 실질적인 필요와 무관하게 일정을 채우고, 활동을 과장하며 자신을 계속해서 ‘유의미한 존재’로 만들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 바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이유는,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오는 심리적 공허함 때문입니다.

 

중요한 책임이나 업무를 피하기 위해 바쁜 척하며 자리를 떠나려는 사람

 

4. 비교와 불안: SNS 시대의 ‘바쁨 경쟁’

   SNS를 보면 하루에도 수차례 ‘바쁨’을 인증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 “오늘도 야근!”
  • “미팅 3개, 촬영 2개 끝!”
  •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네”

이러한 행동은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 이론으로 설명됩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삶을 비교하며, 자신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나도 바쁘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지는 심리죠.

특히 경쟁이 심한 산업이나 조직에서는 바쁨 자체가 일종의 권력과 영향력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바쁜 사람’이 되려 하고, 때로는 그렇지 않음에도 그렇게 보이려 합니다.

5. 진짜 중요한 건 '바쁨'이 아니라 '우선순위'

‘바쁘다’는 말은 단지 일정이 많다는 의미일 수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삶의 질은 무엇에 시간을 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심리학자 스티븐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일을 가장 먼저 하라.”

→ 바쁘기만 하고 중요한 일을 놓치고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바쁨’입니다.

‘바쁜 척’에서 벗어나, 진짜로 나에게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에 맞춰 삶을 설계하는 것이 건강한 삶의 첫걸음입니다.

✔️ 결론: 바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때때로 ‘바쁘다’는 말에 중독되어 살아갑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바쁜 척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시간 사용이 결국 우리를 더 가치 있게 만들어줍니다.

바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 자체로도 우리는 충분히 의미 있는 존재입니다.

🔖 참고문헌

  1. Goffman, E. (1959). The Presentation of Self in Everyday Life. Anchor Books.
  2. Freud, S. (1936). The Ego and the Mechanisms of Defence.
  3. Festinger, L. (1954). A theory of social comparison processes. Human Relations, 7(2), 117–140.
  4. Covey, S. R. (1989). The 7 Habits of Highly Effective People. Free Press.
  5. Brown, B. (2012). Daring Greatly. Gotham Books.
  6. 김태형 (2016). 『심리학, 일상을 말하다』.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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